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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공간 카페 '어니언(onion)' 안국점
카페 '어니언(onion)'은 빵과 커피 마니아라면 알아야 할 커피 브랜드이다. 누구는 빵이 정말 맛있다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구는 커피가 정말 예술이라고 귀띔한다. 카페 어니언은 공간 브랜딩에 관심이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공부하게 된 곳이었다. '어니언'은 성수점, 미아점, 안국점이 있고, 우리 브랜드 팀은 세 곳 중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곳이자, 한옥과 차분한 멋을 잘 살린 안국점을 가게 되었다.
이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린 날이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로서는 괜히 들뜬 마음이 뜨다 만 것 같은 아리송한 기분이 들어 살짝 아쉬울 뻔했으나 이내 다행이라고 여겼다. 안국 어니언은 하늘이 흐리면 하늘이 흐린 대로 고유의 분위기를 근엄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처마에 비가 고인 모습도, 물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안국 어니언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보다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 마루에 발을 딛고 올라서는 소리, 대화를 나누는 소리, 비 내리는 소리, 하얀 가룻돌을 가뿐히 밟는 소리 등이 더 생생하게 들렸다. 여기서는 인위적인 음악이 필요 없었다. 사람과 풍경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카페 어니언의 음악이었다.
카페 어니언을 보고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onion'이라는 뜻이 정말 내가 아는 그 '어니언(=양파)'인가였다. 말로는 쉽게 '어니언'이라고 하지만 간판에 내걸린 표기는 항상 'onion'이었다. 카페를 '양파'라고 지었을 리는 없는데.
누군들 이 네이밍을 보고 혼란스럽지 않을 수 있으랴. 여러 추측을 해보았다. 말도 안 되는 추측부터 그럴듯한 추측까지. 정확한 의미를 몰라 내 식대로 해석하고 상상하는 일은 언제나 재미있더라. 어니언도 그런 걸 원할 걸까.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하고 찾아봐도 어니언의 정확한 뜻을 알 수는 없었다. 내가 상상한 뜻은, 까도 까도 새로울 만큼 매력적인 카페라서, 창업자가 양파를 정말 좋아해서, i를 기준으로 on/on으로 같은데 대칭되어 보이지만 실제론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이들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라는 둥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답을 혼자 끼워 맞추고 있었다.
하늘이 도운 건지 이날은 패브리커 멤버 중 김동규 선생을 우연히 볼 수 있었다. 안국점이 2019년에 지어진 가장 따끈따끈한 패브리커와 어니언의 콜라보 작품이다 보니까 패브리커도 안국점이 신경 쓰였던 것 같았다. 본인이 작업한 공간을 자주 보러 오는 것 자체가 애정도가 깊어 보여서 멋있어 보였다. 우리 브랜드 팀은 기막힌 타이밍이 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리끼리 풀리지 않는 해답을 물어보러 정중히 그에게 다가갔다.
접근 성공. 전 기자 지망생이었던 팀원은 역시나 민망한 기색 없이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고 돌아왔다. 그중 몇 가지를 여기에 공유해보고자 한다.
가장 첫 번째로, "왜 카페 'onion'이라고 지은 것인가. 무슨 뜻이 담겨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패브리커 김동규 선생의 대답은 '어니언이 의도한 대로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구나' 싶은 답변이었다.
실제로 어니언에 담긴 의미가 있긴 하지만 사람들마다 다양한 해석이 있어서 그걸 유지하고 싶었다고. 그래서 어니언의 뜻을 공언하지 않았고 끝내 우리에게도 숨은 뜻을 밝히지 않으셨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그는 분명 '자유로운 대화'를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재밌었던 부분은 외국인들이 onion을 빨리 발음할 때 어니언이 아니라 어니엉, 아녕처럼 발음이 돼서 자칫 '안녕'처럼 들리는데 마치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아서 좋다고. '안녕'이라는 부분은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빨리 발음해보니 그랬다. 약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스윗했다. 안국에서 어니엉, 안녕이 울려 퍼지는 소리를 상상하니 내가 여기에 있어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지는 것 같았다.
안국 어니언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공간의 구조와 재료이다. 한옥에 통유리를 접목시킨 것이 꽤나 흥미롭다. 처음에는 이질적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이질적인 느낌이 하나도 나지 않아서 놀랐다.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찰떡궁합을 보여주고 있었다. 패브리커의 손을 거쳐서 일까. 재료가 누구의 손을 거쳐 가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고 하던데 패브리커라서 참 다행이었다.
내가 가장 기대한 부분도 이 부분이었다. 한옥. 통유리. 안국점을 선택한 이유도 이것이었다. 카페와 빵은 미아점, 성수점에서도 동일하게 맛볼 수 있는 부분. 하지만 한옥의 멋과 공간에 우러나오는 분위기는 여기, 이 안국점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대학시절, 강남, 사당 근방을 위주로 다녔던 내게(이유 : 학원이 강남에 위치, 교통이 편리해서, 주거지와 그나마 제일 가까워서) 북촌과 서촌은 뒤늦게 만난 블랙홀과도 같았다. 난 이미 빠져들었다. 북촌과 서촌의 매력에. 나는 강북이 너무 좋다. 내가 공간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드는 곳, 나는 이곳이 참 좋다.
패브리커에게 물었다. "왜 한옥에 통유리를 입힐 생각을 했나. 독특하다."
패브리커는 대답했다. "금은방에 가도 유리, 전시장에 가도 유리, 박물관에 가도 유리, 유리 안에 있는 것이 가치가 높아 보이잖아요. 우리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유리로 인해 더 '플러스' 될 수 있게 보이도록 하고 싶었어요."
안국 어니언은 사람들이 앉는 공간에도 철학이 담겨 있는 듯했다. 나는 아빠다리를 하고 앉는 좌식에 앉아있었고 틀 너머로 보이는 의자가 있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바닥이 낮아 보였다. 그래서 우리끼리 '저쪽 공간은 바닥을 더 팠나?!' 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공간이기 때문에 실제로 바닥을 파낸 것이라고. 이는 패브리커가 빵이 진열된 공간이나 의자와 테이블이 함께 있는 좌석 공간을 디자인할 때 시각의 높이를 생각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섰을 때, 앉았을 때의 시각의 높이를 다 고려했다는 그들의 말에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공간을 디자인할 때, 심지어 책상 하나도 수천 번의 고민을 거쳐 선택된 오브제라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설마 이것까지 진짜 연출한 거라고? 하는 것들도 모두 다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몇 십 년의 고민들이 담긴 결과물이라는 것. 어느 것 하나도 의도되지 않은 것이 없고, 생각 없이 디자인한 게 아니라는 것을 브랜딩 된 공간을 갈 때마다 느낀다.
그럼 설마 이 하얀 가룻돌같이 생긴 것도 다 연출한 것일까. '그냥 된 브랜딩은 없다'는 것을 아는 분은 분명히 연출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정답이다. 이 흰색 자갈돌(?) 위에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또한 흰색 위에 있으면 더 돋보일 것 같아서 바닥에 흰색을 깐 것이라고 한다.
나를 사진에 담아준 팀원도 내가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였을까. 하나의 오브제라니. 정말 이런 감성은 어떻게 해야 만들어지는 것일까. 패브리커가 생각하는 방식, 그들만의 감수성, 표현 방식이 너무나 부럽다.
그들은 특별한 방법 같은 건 없다고 말한다. 강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대화. 그들은 일상에서 느낀 감정이나 현상들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서로의 생각이나 느끼는 감정에 대해 아주 자세히, 깊숙이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모든 영감은 생각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왔다는 말하는 그들.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편한 내게는 앗뿔싸..! 싶은 말이었다. 브랜딩 팀원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어준 키워드, '대화'.
패브리커 김동규 선생은 말씀하셨다. 멋진 디자인보다 쉼과 편안함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어니언 1호점 성수, 2호점 미아, 3호점 안국까지 모두 패브리커의 손을 거쳐 탄생한 공간들이다. 똑같은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는 패브리커는 어니언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1호점, 2호점, 3호점을 모두 다른 컨셉으로 디자인했다. 그럼에도 분명히 느껴지는 어니언 공간들의 공통점은 멋진 디자인이라기 보다 편안한 디자인이라는 것. 눈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어니언 성수점은 산업화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철거할 대상이 아니라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공간으로 삼았다. 덕분에 어니언 성수점은 카페 성지 중 하나가 되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카페이다. 어니언 미아점은 비움의 미학을 절정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이렇게까지 비워낸다고? 싶을 만큼 비워냈다. 여백과 비움이 여실히 느껴지는 공간이다. 미아점 같은 경우에는 '비움'이 컨셉인데 패브리커와 어니언의 명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 그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와 더불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생각도 물어봤다.
이에 패브리커는 카페라는 공간도 상업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야 자신의 일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있어도 사람들이 너무 마니아층이면 정보가 없으니 공간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그렇기에 '사람 순환'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돈을 많이 버는 곳은 불가피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브랜딩 팀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해답을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이다. 정답은 없으나 패브리커의 말에 공감이 많이 갔다.
안국 어니언은 문화 유산 한옥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현대적인 느낌의 재료를 덧붙인 공간이다. 한옥의 틀을 많이 살린 점이 좋았다. 한옥은 정말 대체 불가능한 재료. 한옥의 재료만이 풍길 수 있는 멋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패브리커는 보통 작업을 할 때 수정 작업을 많이 거친다고 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도를 짜고 하기보다는 일단 시작하고 난 뒤 수정 보완을 계속 해나가는 식으로 작업한다고. 그러면 처음에 몰랐던 것들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니 일단은 시작하고 수정 보완을 할 것 ! 정말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척'하기를 좋아했던 나는 완벽한 사람도 아니면서 완벽주의의 표본을 띠고 있었다. 완벽하지 않기에 완벽주의에 더 집착했는지도 모르겠다. 인턴을 처음 지원할 때에도 완벽하게 준비가 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과거의 나는 실무를 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스스로 못난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서였을까, 아니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하면 내가 그만큼 못 해내고 새로운 것들을 못 받아들일까 봐 두려웠던 것일까.
지금의 나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도 하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가 있다면 도전해야 한다고 보고 완벽한 준비란 없다고 보는 입장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것이 맞다고 본다. 완벽한 준비라는 것은 없으며 하다 보면 몰랐던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그건 그때 가서 또 배우면 된다. 즉, 하면서 배우는 거다. 그리고 일단은 시작하는 것, 부딪혀보는 것이 중요했다.
기업들의 러브콜이 줄을 잇는다는 주인공이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한 고민인가. 누구보다도 바쁘게 지내고 있을 주인공은 바로 아티스트 그룹 듀오, 패브리커다. 패브리커는 2010년에 결성된 듀오 김동규와 김성조로 이루어진 아티스트 그룹이다. 둘은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만난 사이라고 한다.
둘 다 섬유를 만지는 사람이어서 패브릭으로 뭔가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보기로 했고, 천을 활용해 만든 의자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대학시절 때 배웠던 것들 중 그들 안에 있는 걸 끄집어냈을 때의 기쁨을 느끼고 싶었다고 밀한다. 오로지 그 기쁨이 좋아서 그들은 4~5년간 패브리커를 알릴 수 있는 무료 전시회만 계속 나갔다고. 열정과 애정 없이는 이어 나가기 힘든 작업이었으리라.
섬유, 가구, 공간. 이들을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얼핏 보기에는 큰 연관이 없어 보일 수 있다. 이들이 각 영역을 넘나드는 활약을 할 수 있었던 원천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소재나 영역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한 것이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가치 없게 하는 걸 가치 있어 보이게 하는 것에 큰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하필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도 업사이클이라는 트렌드와 딱 들어맞게 된 것이다. 즉,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가치'에 사람들의 관심이 가기 시작할 때 그들의 업의 방향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상품으로 판매하기 이전에 문화로 먼저 확산되는 것을 지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공간과 작품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그들은 그들의 가치관대로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패브리커의 손을 거쳐간 공간들은 특이하게도 겹치는 곳이 없다. 그들은 늘 같으면서도 다른 것을 지향하는 느낌이다. 성수점, 미아점, 안국점만 놓고 봐도 같은 브랜드가 맞나 싶고, 패브리커가 다 작업한 곳이 맞나 싶을 만큼 다른 형태, 모습, 재질, 색을 띠고 있다. 매번 이렇게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울 텐데 그들은 어떻게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일까. 패브리커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어려운 일도 해냅니다, 패브리커가요."
그들은 이전에 했던 방식들로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한다. 보통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에 6개월이 걸린다는 그들은 프로임에도 생각보다 긴 기간이 걸리는 이유가 모두 이전에 해본 적이 없는 것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나랑만 콜라보하고 싶은 패브리커. 그들과 협업했던 브랜드들은 누구일까. 이니스프리 공병공간, 젠틀몬스터, 어니언, 나이키, 설화수 등 유명 브랜드들과 협업을 많이 해온 패브리커. 특히 젠틀몬스터와 패브리커의 콜라보는 브랜드 업계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홍대를 걷다가 젠틀몬스터 매장을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그냥 외관상으로 이미 압도당한 몇 안 되는 브랜드들 중 하나였다. '도대체 뭘 파는 곳이야?', '매장은 왜 이렇게 꾸며놓은 거지?', '무슨 컨셉이야?', '누가 이 공간을 기획한 거지?' 호기심과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패브리커의 의도에 정확히 걸려든 소비자였다. 그날 처음 봤던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는 그날 정확히 나에게 각인되었다.
실제로 패브리커가 젠틀몬스터의 공간을 디자인할 때만 해도 젠틀몬스터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을 때라 사람들이 어떻게 이곳에 들어오게 할 수 있을까가 숙제였다고 한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파격적인 컨셉으로 연출하자였다.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바로 볼 수 있는 1층을 아예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고, 그 결과물이 사람들의 발걸음도 멈추게 만드는 파격적인 설치미술이었다. 그들의 무덤을 팠던 또 하나의 전략은 1층의 전시를 자주 바꾸자는 것. 그들은 실제로 15일마다 한 번씩 바꿨고 지금은 절대 그렇게 못할 것 같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패브리커의 대표작, 어니언은 어떤 마음으로 기획된 것일까. 어니언의 1호점인 성수점은 그 공간이 갖고 있던 오래된 시간의 축적을 그대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상처나 허름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말이다. 그들은 새로 만들었을 때 알 수 없는 시간이 주는 가치라는 게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고. 그 매력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새로 만든 것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게 패브리커의 생각이다.(*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에 '패브리커' 검색 시 뜨는 메인 인터뷰 기사에 실려 있습니다)
비움의 미학으로 표현된 어니언 미아점은 어떨까. 원래 이곳은 우체국이었다고 한다. 우체국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실어 나르는 곳인데 기존 우체국에서 하던 중요한 일인 정보를 전해주는 역할을 어니언이 이어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즉, 커피라는 정보를 모으고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식으로 스토리를 이은 셈이었다.
미아점은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이미지 상으로 봤을 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공간이자 가장 궁금하고 가보고 싶은 공간이기도 했다. 상상 이상으로 '비워진' 공간은 어떤 마음으로 기획한 것인지가 가장 궁금했다. 인터뷰에 실린 패브리커의 대답.
"원래 있던 것 말고는 시선을 끄는 요소를 모두 배제한
공간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신 빛과 사람으로 채워지게 했어요.
불투명한 창을 사용한 이유는
요즘 사람에게는 보이는 것이 너무 많아
어떤 것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상을 적절하게 가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
이를테면 길가의 초록이나 하늘의 색깔 같은 것만
선택적으로 보이게 한 것이죠."
-패브리커 인터뷰 중-
정말 찬양하게 만드는 대답이었다. 패브리커에 한 번 더 반했던 철학 중 하나.
브리커가 만든 또 다른 공간, 이니스프리 공병공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해 있다. 공병공간에는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지 알기 위해 여러 기사를 찾아봤다. 공병공간 매장은 화병을 모티브로 천장과 매장 곳곳에서 내부로 햇빛이 잘 모이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바닥과 벽면 가구 등 내외부 공간의 70프로는 23만 개의 이니스프리 공병을 분쇄해 만든 마감재로 장식했다. 아울러 매장 곳곳에 식물들과 공병을 재료로 제작한 화병을 전시해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이 아름다운 꽃병으로 다시 피어나는 것을 형상화했다. 또한 매장 중앙에 공병 파쇄기를 비치해 소비자가 직접 공병을 파쇄하고 매장의 마감재로 활용하는 리사이클링 과정을 체험하는 콘텐츠까지 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간에 대한 생각도 변화가 있을 듯한데, 지금 이 시점에서 공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냐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패브리커다운 대답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예전에는 공간 자체에서 느끼는 놀라움이나 화려함에 관심이 많았는데
계속해서 자극적이고 시선을 끄는 것들을 만들다 보니 소모되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편안함이 좋아요.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에 처음엔 끌릴지 몰라도 결국엔 쉼을 찾게 될 것 같아요.
하나의 공간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임팩트가 아닐까요."
-by 패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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