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프라이빗 상영관 '오르페오'
이태원의 도심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제안하는 '사운즈한남'은 우리가 생활하는 도시 안에서 충분한 행복과 쉼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힐링은 하고 싶은데 마땅히 떠오르는 곳은 없고, 조용히 혼자 사색하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할 지 모르겠다면 사운즈한남을 추천한다. 사운즈한남은 그런 이들에게 마음의 휴식처가 되어줌과 동시에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던져주는 공간이니까.
사운즈한남은 정말 특별하다. 주거, 오피스, 리테일이 다 결합되어 있다. 없는 게 없다. 사운즈한남 안에만 있어도 웬만한 생활은 다 가능할 정도다. 복합문화시설의 형태를 잘 갖추고 있어 사운즈한남에 한 번 들어가면 해가 지고 나서야 나오게 되는 것이 순리다. 도대체 이렇게 멋진 복합문화공간을 만든 사람이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이태원의 대표 핫플로 자리매김한 사운즈한남은 카카오 조수용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절제된 힙함이 듬뿍 느껴진다. 악세사리가 그 사람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듯 사운즈한남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그만큼 참 매력적인 공간이다. '저 사람 멀 좀 아는 사람이네' 싶고, 사람들 모두가 인생을 자기답게 즐길 줄 아는 힙한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사운즈한남에는 카페, 서점, 갤러리, 상영관, 레스토랑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브랜드만이 입점해있다. 한정식 '일호식'과 같이 카카오 조수용이 직접 기획하여 운영하는 브랜드도 있고, 브랜드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솝'같은 브랜드도 있다. 또한 브랜드와 브랜드가 만나 시너지 작용을 하는 서점 '스틸북스' 같은 공간도 있다. 이처럼 사운즈한남에는 매력적인 브랜드들이 알맞게 들어가 있다. 마치 비빔밥처럼 말이다.
여기서 내가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는 스틸북스와 오르페오인데 오늘은 오르페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오르페오는 사운즈한남에 방문했던 사람들이라 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단 서점 '스틸북스'를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는 공간인 데다가 가장 윗층(5층)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서점 속에 숨겨진 비밀 공간을 찾은 기분이었다. 어쩌면 프라이빗 상영관이기에 상영관 위치를 일부러 맨 윗층에 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스틸북스가 메인이고 그 안에 오르페오가 딸려있는 식이라 위치가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서점과 상영관을 같은 공간에 융합시킨 것도 좋았다. 여러 효과들이 있을 것이다. 오로지 오르페오에서 상영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보러 온 사람이라도 서점을 거쳐서 가야 하기 때문에 온 김에 서점을 둘러보게 할 수도 있고, 일찍 도착한 사람들은 상영 시간까지 서점을 둘러보며 기다릴 수 있으니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또한 오르페오에서 영화나 오페라를 보고 더 깊은 흥미가 생겨 스틸북스에서 관련 책을 살 수도 있고, 연인과 영화를 보고나서 스틸북스에 진열된 소품을 깜짝선물해 줄 수도 있다.
이처럼 브랜드 간에 시너지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관계가 좋다. 아날로그 콘텐츠인 책(정적)과 미디어 콘텐츠인 영상(동적)이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를 일으키는 모습이 가히 예술적이다.
스틸북스 내 5층에 위치한 오르페오(ORFEO)는 30석만 있는 소규모 프라이빗 상영관이다. 예약제에 소규모 좌석이라 그런지 마치 VIP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나 사람이 별로 없는 요일 & 시간대에 예약하면 영화관을 통째로 빌린 기분에 취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르페오는 멤버십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인스타 계정에 올라오는 상영시간표를 통해 미리 예약할 수도 있다. 영화, 오케스트라, 클래식, 오페라 등 다양한 미디어를 상영하기 때문에 본인의 취향에 맞게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이들이 상영작을 선정하는 안목도 남다르니 무엇을 보더라도 만족할 것이다.
나는 이날 많은 사람들이 인생작으로 꼽는 <빌리 엘리어트>를 보았다. 옛날에 인기 있었던 고전영화를 재상영하는 취지가 좋았다. 하지만 내가 오르페오에서 영화를 본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사운드'. 조용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꽉찬 사운드로 다양한 장르의 미디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은 오르페오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운드에 대한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라. 사운드가 웅장했다라고 표현할 만큼의 퀄리티는 아니었던지라 '와 진짜 다르다'하는 체감은 사실 없을 수 있다.
기분좋게 영화를 감상하고 나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가격 대비 퀄리티가 좋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1인당 25,000 ~ 30,000원의 돈을 지불하면 일반 영화관보다 2.5배의 가격을 투자한 것인데 그만큼의 기대효과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될 줄 알았는데 고급 브랜드의 물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소규모 좌석, 사운드에 돈을 지불한 셈이었다.
콘텐츠를 좋아하다보니 아이디어적인 면에서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그런 면에서 오르페오에서 제일 아쉬웠던 건 바로 '입장권'이었다. 이들은 입장권이 없었다. 여기를 방문했다고 기념할 수 있는 증표가 입장권인데 그걸 증명할 실체가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전시회 티켓, 영화티켓, 열차표 등 어디를 다녀왔는지를 쉽게 알 수 있는 입장권 및 티켓을 모아두는 편이라 더더욱 아쉬웠던 것 같다. 오르페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입장권에 녹여 프라이빗한 특별한 입장권 컨셉으로 브랜딩해봤어도 재밌었을 것 같다.
물론 이들이 일부러 입장권을 버린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념할 수 있는 티켓이 있는 걸 더 선호하지 않을까. 오르페오와 만나는 가장 가까운 지점인 티켓이고 여기서 첫 이미지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브랜딩을 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같은 경우, 박물관 혹은 미술관 입장권 하나에도 굉장히 신경을 쓰는 편이라 더 대조적이었다. 이들은 티켓을 만드는 의도 자체가 기념으로 남길 수 있도록 혹은 소지할 수 있도록 지역적인 아이디어를 가미해서 만든다고 한다. 이러한 디테일함들을 볼 때면 역시나 일본이라고 인정하게 되는데 오르페오도 그런 디테일함들이 많이 녹아져있는 브랜드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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