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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공간 01_ '폴트버거(fault burger)'
압구정을 거닐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수제버거 브랜드, 폴트버거.
빨간색과 파란색의 네온 사인이 섞여 존재감부터 남달랐던 폴트버거는 호기심 가득한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힘든 브랜드인 것은 확실하다. 평소 힙합과는 거리가 먼 나지만 이상하게 수제버거에 입힌 힙합은 친숙했다. 상상한 적 없던 조합이 미친듯한 조합으로 다가올 때 도대체 이 조합은 어떻게 생각한 걸까 싶은 궁금증이 뇌를 지배한다. 요즘 트렌드를 보면 언밸런스한 조합이 사람들의 이목을 빨리 끌어당기는 듯하다. 기존의 규칙을 깨뜨리는 발상은 늘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호기심쟁이들에겐 박수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공간을 만나면 영감의 천국에 온 듯한 자극을 받고, 이 발상의 축소판인 공간을 둘러보게 만든다.
마치 이태원에 있을 것 같은 간판로고는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든다. 분명 내 몸은 한국에 있지만 다른 나라에 와있는 듯한 느낌은 똑같은 일상을 똑같지 않게 만들어주는 꽤 재밌는 놀이거리가 되어준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폴트 버거'. 잘못된 버거? 죄가 있는 버거? 도대체 브랜드명에 무슨 의미를 담은걸까 미치도록 궁금하게 만든다. 햄버거는 아무런 죄가 없지 않은가. 만약 그런 이유라면 그 죄가 무엇인지 CEO를 붙들고 물어봤을 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사실 당신이 테니스 매니아라면 이 폴트 버거의 의미를 금세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테니스의 테자도 모르는 사람이기에 말 그대로 '폴트'를 '잘못'으로밖에 해석하지 못했다. 간판로고에서 바로 알아차리기 어려웠더라면 매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 무릎을 탁 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의 테니스 경기장에 와 있는 듯한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공간이동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것이다.
폴트버거의 뜻이 대체 뭐길래? 폴트는 테니스 용어에서 나왔다. 경기에서 서브한 공이 코트로 바르게 들어가지 않거나 규칙을 위반하는 것을 '폴트'라고 한다. 이러한 의미를 반영하여 테니스 코트를 컨셉으로 잡은 것. 즉, 버거의 일반적인 규칙을 넘어선 유니크한 버거를 만든다는 의미가 담겼다. 매장 안은 마치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좌석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혼자 또는 두명이서 경기를 즐기러 오는 대중성을 고려한 듯했다. 시선을 어디에 두든 빨간색과 파란색을 사용하여 일관성을 준 것도 브랜딩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일관성은 브랜딩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니까. 그래서인지 '폴트버거'하면 빨강과 파랑의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폴트버거에서 또 인상깊었던 부분 중에 하나는 주문번호였다. 실제 테니스 경기장에서 볼 법한 전광표지판이 띠배너처럼 이루어져 있어 내 번호가 언제 나오나 기다리게 하는 긴장감을 만들어 주었다. 이런 디테일한 요소들이 이 브랜드를 한 번 더 보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디테일에서 무너져버리면 그 브랜드는 반쪽짜리 브랜드밖에 되지 않는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채워졌을 때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명확히 기억하게 되고 그 이상을 애정하게 되는 충성심이라는 게 생기는 것 같다.
메뉴판 색상도 역시나 파랑과 빨강. 색상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브랜드 컬러를 확고히 가져가는 효과를 노린 거일 수도 있었겠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테니스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선수들이 다르듯이 색상을 통해 경쟁구도 느낌을 주려고 한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청군과 백군처럼. 이는 실제로 경쟁구도를 만들려고 한 것이라기 보단 색상 대비를 통해 실제 테니스 경기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한 의도인 것 같다.
폴트버거 매장의 외부 모습에서도 느껴지듯 파랑과 빨강의 조화가 돋보이고, 미국 동네 한쪽 변두리에 세워진 힙하면서도 빈티지한 수제버거집 같은 인상을 풍긴다. 외부 공간에서도 브랜드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컨테이너 박스같은 것들을 쌓아서 의자로 만든 모양새들은 관중들이 맥주 한 병을 들고 서서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한 모습이다. 언제든 서서 볼 수도, 앉아서 볼 수 있도록 최대한 힘을 뺀 느낌. 나는 이런 내추럴한 모습을 좋아한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센스있고, 내추럴한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굉장히 신경쓴 듯한 그런 컨셉 말이다. 저런 소품(의자)들은 재작년에 지역 축제행사에서 스태프로 일할 당시 많이 활용했던 소품이기도 하고, '힙함'이 들어간 축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소품 중 하나였었다. 그래서인지 소품 하나하나가 내게는 하나의 브랜딩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실제로 저런 소품들은 활용도도 높다. 가격은 저렴한데 활용도가 높으면 축제 준비 때 초이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건을 나를 때 안에 무엇을 담아서 가져가도 되고, 무겁지 않아 여러 개를 쌓아서 옮겨도 되고, 양쪽 손으로 잡기 편하게 되어 있는 디자인과 겹겹이 쌓아올렸을 때는 책상이 되고, 하나만 놓았을 때는 의자가 되는 다용도성이 이 소품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키는 것 같다. 거기다 공간을 힙하면서도 내추럴하게 만들어주는 분위기 역할까지. 힙한 축제에서 자주 쓰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나가다가 정말 우연히 발견하여 즉흥적으로 방문하게 된 폴트버거. 글을 작성하다보니 소품 하나하나를 더 꼼꼼히 살펴볼걸, 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브랜드를 만들었을까, 공간컨셉을 이렇게 가져갔을까, 왜 이 소품을 선택했을까, 왜 이 색상을 선택했을까 하는 것들을 더 고민해 봐야겠다. 전체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어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뜯어볼 생각을 못했던 것이 아쉽다. 이 브랜드는 디테일에 신경쓴 브랜드 같아서 더욱 아쉬운 마음이 크다. 다음 방문 때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디테일을 보여주고 싶었는지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둘러봐야겠다.
이러한 개인적인 상상들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생각을 확대해주는 힘을 길러주는 것은 확실히다. 허투루 만든 공간은 없다. 특히 뭔가 힘이 들어간 브랜드라면 더욱더 그렇다. 일상에서 우연한 재미가 되어준 수제버거 브랜드, '폴트버거'처럼 내 일상이 더 재미있을 수 있도록 호기심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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